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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EMI 클래식의 음반 표지 삽질 영상과 음악

이미 훨씬 오래 전부터 클래식 음반시장은 그 파이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CD시대에 들어
와서도 80분 수록가능한 음반에 30-40분만 수록하면서 가격은 다 받아먹는 등 고객들을 우롱하기 바
빴던) 음반사들이 진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후반부터입니다.

 

2장 가격을 1장에 판다는 필립스 (Philips; 현재 Decca에 합병)의 DUO 시리즈, 그리고 LP 시절의 표
지를 재현한 도이치 그라모폰 (이하 DG)의 The Originals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죠. 구매력도 사라지
는 마당에 신규 고객이 들어오지 않는 클래식 음반 시장에 새 바람을 넣으려는 시도였던 겁니다.

두 시리즈를 기점으로 다른 음반사들도 앞다퉈서 비슷한 시리즈를 제각각 내놓았죠. EMI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라서 일명 GROC (Great Recordings Of the Century)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DG의 The
Originals보다는 좀 아쉬웠지만, 고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했다고 봅니다.

 

그렇게 EMI는 GROC 시리즈로 십여년 이상을 그럭저럭 잘 해오다가 얼마 전 골 때리는 삽질을 저지
르고 맙니다. 바로 EMI 마스터스 (MASTERS) 시리즈죠. 사실 특정 브랜드가 십년 이상을 지탱하는
건 쉽지 않고 보기도 드문 일입니다. 새로운 시도 그 자체는 삽질이라고 할 수도 없구요.

문제는 GROC 시리즈의 후속으로 내놓는 Mid-Price 시리즈가 엄청나게 후진 포장을 하고 나왔다는
겁니다. 도대체 누가 디자인 했는지 몰라도 초딩도 그거보다는 더 잘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죠... 고클 같은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에서도 구매욕을 추락시키는 주범으로 찍혔죠...

얼마나 X 같은지 지금부터 비교해봅니다. 샘플은 토마스 비첨 (Sir Thomas Beecham)이 프랑스 국
립라디오 관현악단을 지휘해서 녹음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및 다른 관현악곡집입니다. 먼저 아
래는 GROC 시리즈로 출시되었을 때의 표지입니다.



LP로 출시되었을 때의 표지를 삽입하고 LP 음반의 모양을 테마로 디자인한 표지죠. 호불호는 갈리겠
지만, DG처럼 노란색 레이블의 미학(?)을 살릴 수 없는 EMI로서는 선방했다고 봅니다. 저 LP표지보
다더 황량한(?) 디자인도 있는 걸 감안하면 말이죠.

이제 내용물도 같은 음반이 EMI 마스터스 시리즈로 지난 2010년 후반기에 출시됩니다. 바로 아래 표
지로 말이죠... 두둥~~~



어떤가요? 처음 봤을 때 느낀거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지휘자
나 연주자의 외모는 둘째치고 저렇게 얼굴을 가까이서 불려놓은 사진을 무슨 초짜가 포샵질한 것처
럼 만든 표지는 아무리 Mid-Price 시리즈라고 해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GROC 시리즈로 나온 음반과 비교해서 어떤 걸 고르시겠습니까? 저라면 당연히 이전 음반을 사고
말겠습니다만... 아무튼 표지도 저런 마당에 (EMI 마스터스를 구입해보신 분들에 따르면) CD 표면
의 디자인도 엉망이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제 값주고 살 음반이 아니라는 결론...



결국 이렇게 해서 EMI는 출시된 지 고작 몇개월만에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를 내세운 마스터스 시리
즈를 재출시할 예정입니다. 위의 디자인처럼 말이죠. 훨씬 낫죠? 얼마나 안 팔리고 호응이 차가웠으
면 출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표지 디자인을 바꿔서 내놓았을까요... (ㅡ_ㅡ;;;)

진작부터 위처럼 내놓았다면 EMI나 고객 모두에게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결국 EMI 마스터스 시리즈
의 1차 발매분은 흑역사로 남으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 CD의 표지는 더 X 같은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염가 (Budget; 7-8천원 수준) 시리즈로 국한되어 있었죠.

 

(아무리 좋게 봐도 구매욕이 안 생기는 시리즈들, SonyBMG의 Espirit 및 DG의 Greatest Classical
Hits 시리즈 음반의 표지들. 수천원짜리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닌 듯 싶어요.... ㅠ.ㅠ)


하지만 마스터스 시리즈는 GROC의 뒤를 잇는 EMI의 Mid-Price 브랜드인데 첫 시도를 저런 삽질로
시작한 건 정말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지금 클래식 음반 시장은 장당 3-4천원, 아니 그 이상으로 싸게
묶어서 수십장짜리 전집을 내놓는 등 살기 위한 몸부림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말이죠..

EMI의 저런 행태는 정말 무성의의 극치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부랴부랴 다른 표지로 내놓
는 건 다행이겠지만, 앞으로 저런 일은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mp3와 온라인 시장이 급증하는 세상에
오프라인 음반 구매자는 음반사 쪽에서는 귀하디 귀한 손님 아니겠습니까?

 


표지 출처 - 풍월당 / 알라딘



덧글

  • 가릉빈가 2011/09/04 23:18 #

    EMI가 망하고 싶어 환장 한듯....
  • dunkbear 2011/09/05 07:47 #

    어차피 망해가는 시장이라 자포자기한 건지... 쩝.
  • 2011/09/04 23: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unkbear 2011/09/05 07:49 #

    언급하신 곡은 EMI에서도 꽤 여러 종류가 있어서... 기대하겠습니다. ^^
  • 위장효과 2011/09/05 08:36 #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 뭔가 있어보이는 디자인의 라벨을 만든 도이치그라모폰의 관계자는 정말 제대로 적시타친 셈이죠^^. "우리 이런 회사야!"하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으니.
  • dunkbear 2011/09/05 20:16 #

    동감입니다. 노란색 레이블의 전설을 재현한 셈이니... ㅎㅎㅎ
  • 가릉빈가 2011/09/05 11:52 #

    Prokofiev: Peter and the Wolf; Classical Symphony Op.25; March Op.99; Overture Op.34

    EMI 가 아니었나...(...)
  • dunkbear 2011/09/05 20:17 #

    고전교향곡과 같이 커플링된 피터와 울프는 아바도 지휘의 DG 음반 같은데요...흠.
    스팅과 호세 카레라스 등이 나레이션을 맡았었죠.
  • 아마티 2011/09/05 14:09 #

    도이치 그라마폰이 소속되어 있는 유니버설 뮤직그룹이 데카와 필립스를 합병하면서 이미 게임은 끝난 상황이었지요. 그나마 대항할만한 자금력이 있는 레이블은 소니 뮤직이고, EMI는 사실상 거의 손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 EMI 지사는 진작 철슈했고, 일본도 도시바가 EMI 와 결별하면서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EMI 가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죠. 그나저나 원래 예전부터 EMI 디자인 구린건 알고 있었지만 저건 좀 심하네요
  • dunkbear 2011/09/05 20:19 #

    소니, 정확히는 SonyBMG는 요즘 조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더군요.
    마스터즈 박스세트 중에 꽤 군침도는 게 있어서... 가격도 착한 편이고 말이죠.

    EMI는 예전부터 이상하게 표지 디자인을 가장 구린 걸로 내는 버릇이 있어요...
  • 이네스 2011/09/05 19:34 #

    우아아아.... EMI가 걍 망해보자! 라고 질렀던건가요.
  • dunkbear 2011/09/05 20:19 #

    무슨 생각이었는지.. 참... ㅡ.ㅡ;;;
  • 아이지스 2011/09/05 20:27 #

    메이저가 저러면 되나요. 낙소스 저가판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는 것 같은데 말이죠
  • dunkbear 2011/09/05 21:30 #

    낙소스는 게다가 요즘 표지 디자인도 꽤 잘 나오는 편이죠...
  • ttttt 2011/09/06 16:51 #

    아, 저 두 장주는 상품 좋았죠. 기억에 브람스 교향곡 1-4번이 시디 두 장에 들어가서 행복했습니다. LP면 네 장이었을 텐데.
    중간에 저건 보는 눈이 없는 제가 보기에도, 그 때 영풍문고 매장에 기획상품으로 나오던 2-3천원짜리 떨이시디같은 표지네요.
  • dunkbear 2011/09/06 17:42 #

    그 때 대박났던 것으로 압니다. 좋은 레퍼토리가 많았었죠. ^^

    표지는 그 모양인데 가격은 떨이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ㅜ.ㅜ
  • 2011/09/07 07: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unkbear 2011/09/07 08:54 #

    오페라 전집 쪽이야 LP 표지를 채택했으니까 그래도 나은 편이었죠. 차라리 다른 장르들도 그렇게
    했다면 좀 나았을텐데 말입니다. 칼라스야 LA DIVINA 시리즈로 EMI에 대박을 쳐준 여신느님인데,
    감히 위와 같은 표지로 내놓았다면 천벌 받았겠죠. ㅋㅋㅋㅋㅋ

    EMI의 염가 오페라 재발매반들은... 뭐... 흑역사죠. 흰바탕에 무늬 하나 덜컥 집어넣고 판매한 정
    말로 디자인의 몰염치를 보여줬다고 할까나... 흰바탕을 좋아하는 저조차 거부감이 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에라토/텔덱 (워너 뮤직)은 애 좀 쓰는 것 같은데 좀 칙칙해 보이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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