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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폭격기 "페어리 배틀"의 교훈 그리고 F-35 군사와 컴퓨터

A Fairey What? (기사 링크)

Aviation Week의 빌 스위트먼 (Bill Sweetman)이 Ares Blog에 올린 글로 어느 독자가 F-35 Joint Strike
Fighter (JSF)를 현대판 브레다 (Breda) Ba88 Lince에 비유한 것에 대해 Ba88은 이탈리아의 페어리 배틀
(Fairey Battle)이라고 답했다는 것이 계기가 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상당수 회원님들도 "도대체 페어리 배틀은 뭐고 Ba88은 뭡니까?"라고
물으실 겁니다. 페어리 배틀과 브레다 Ba88 모두 2차 대전 당시 영국과 이탈리아 공군에서 운용한 폭격기
들인데 특히 Ba88는 2차 대전 중 실패한 대표적인 군용기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1938년 촬영된 영국 공군 벤슨 기지의 제63 비행중대 소속 페어리 배틀 폭격기의 모습.)

여기서는 페어리 배틀을 주로 언급하겠습니다. Ba88은 다음에 따로 글을 올려보도록 하죠. ^^ 

페어리 배틀은 페어리 항공사 (Fairey Aviation Company)가 개발해서 1937년 취역한 폭격기로 2차 대전
시작 전에 찍힌 사진들에서는 덩치를 키운 전투기로 보일 정도로 꽤 빠른 기종으로 여겨졌고 실제 뛰어난
스피드로 생존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개발된 폭격기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페어리 배틀은 그렇게 빠르지 못했던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빌 스위트먼은 1980년대의
2.5리터 엔진 시보레 카마로에 비유했지만) 1980년대 나온 1.3 리터 엔진의 현대 스텔라처럼 페어리 배틀
도 그 큰 덩치에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엔진을 장착하지 못했던 겁니다.

페어리 배틀은 전투기인 허리케인 (Hurricane)이나 스핏파이어 (Spitfire)보다도 훨씬 큰 몸집을 가졌지만
정작 엔진은 이들 전투기에 장착된 것과 똑같은 1차 생산형 멀린 (Merlin) 엔진을 달고 있던 겁니다. 좋은
날씨에 무장이 거의 없는 상태의 페어리 배틀은 시속 240 마일 (약 386km)을 넘을까 말까 할 정도였죠.

반면에 페어리 배틀이 2차 대전 초반 프랑스에서 격돌한 독일 공군의 메서슈미트 (Messerschmitt) Bf109
전투기는 페어리 배틀보다 110 마일 이상 더 빠른 시속 350 마일 (약 563 km)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 결과
페어리 배틀은 기체 손실도 많았고 따라서 폭격기로서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 못했다고 합니다.



(활주로에 주기 중인 페어리 배틀 폭격기의 모습.)

무장도 후방 사수가 운용하는 단 1개의 .303 칼리버 빅커스 K 기관총 뿐이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는
페어리 배틀의 주익에 .303 칼리버 브라우닝 기관총도 장착되었다고 나오네요.) 게다가 피탄 당하면 자동
으로 피탄부를 봉합해주는 자동봉입연료탱크 (self-sealing fuel tank)도 채택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처지의 페어리 배틀 및 쌍발 엔진의 블렌하임 (Blenheim)만이 1940년 당시 영국 공군이 가진 전술
폭격기였기 때문에 희생이 큰 걸 알면서도 프랑스 전선에서 각종 목표물을 폭격하는데 동원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다고 합니다. 스위트먼의 표현 (cut to ribbons)처럼 산산조각이 났다고... ㅠ.ㅠ

이 경험 때문에 영국 공군은 이후 고속 폭격기 (High-Speed Bomber)를 꺼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실제로 빠른 스피드에 고고도 폭격이 가능했던 하빌랜드 모스키토 (Havilland Mosquito) 폭격기가 제시
되었지만 영국 공군이 이 기종을 채택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할 정도니까요.

여기서 빌 스위트먼은 첫번째 교훈으로 군용기가 생존성을 위해 한가지 요소를 선택한다면 그건 스피드나
스텔스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요소들을 충분하게 갖춰야 한다는 걸 제시합니다. 한마디로 빠르면 확실
하게 빠르거나 스텔스라면 확실하게 스텔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어중간한 성능은 독이라는 의미.



(페어리 배틀 조종석 후방의 빅커스 K 기관총을 조준하고 있는 사수의 모습.)

하지만 페어리 배틀의 사연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영국의 항공행정가이자 항공역사가 그리고 1935년
부터 37년까지 페어리 항공사에 설계자로 일했었던 피터 메이스필드 경 (Sir Peter Masefield, 1914-2006)
에 의하면 페어리 배틀의 엔진은 처음부터 멀린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페어리 항공사의 창업자인 리처드 페어리 (Richard Fairey) 및 그의 개발팀은 멀린보다 2배나 강력하고
12개 실린더의 2줄 중 하나와 상방회전프로펠러 (contra-rotating propeller)의 블레이드들 중 하나의 동작
을 정지시킬 수 있는 P.24 엔진을 자체 개발해서 페어리 배틀에 장착시키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영국 항공부 (Air Ministry, 1918년부터 1964년까지 존속)에서 이미 자국에는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회사가 많다면서 또다른 엔진을 추가하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페어리 배틀
은 설계자들이 실수해서가 아니라 관료주의 때문에 망한 것입니다.

여기서 스위트먼이 제시하는 두번째 교훈은 때때로는 가격이나 공통성을 위해 성능을 희생시키는 건 나쁜
생각이다라는 겁니다. 군용기 중에 모두 다는 아니지만 특정 기종들은 가격이나 공통성보다 성능을 더 우선
시 해야한다는 것이죠.
미 공군 정찰기인 U-2나 SR-71 블랙버드 (BlackBird)가 그런 예가 아닌가 합니다.



(페어리 배틀 폭격기의 비행 모습.)

빌 스위트먼의 글은 결국 페어리 배틀의 실패를 F-35가 반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F-35의 강점이 스텔스가 전부는 아니지만 F-22 정도는 아니더라도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차세대 주력
다목적 전투기로서 군림할만한 스텔스 및 다른 기능들은 그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현재 막대하게 투입되는 중인 개발비 및 합동공격전투기 (JSF)의 프로그램 명칭에 걸맞는 공통성이
F-35의 미래를 빛나게 해줄 것인지 아니면 재난으로 이끌 것인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현재
F-35 개발 상황에서는 성공이냐 실패냐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게는 다른 대안도 없죠.

과연 F-35는 페어리 배틀의 재판 (再版)이 될까요?
아니면 현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F-16 전투기의 재래 (再來)가 될까요?


추가 정보 출처 - 위키피디아 (링크)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링크 1, 링크 2, 링크 3) / Aviation Week (링크)


덧글

  • 갑그젊 2010/03/21 12:19 #

    앞으로 한국군 전투기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발 F-16처럼 성능+가격적 조건이 모두 뛰어난 녀석이 되길..ㅠㅠ

    (근데 F-35 가격이 F-22 꽁무니를 자꾸 쫓아가잖아? 그래서 안 될거야 아마..흑...)

  • dunkbear 2010/03/21 12:34 #

    근데 F-16의 가격이 저렴하단 것도 이제는 옛말이죠... 이거저거 덧붙이고 인플레까지 겹치니... ㅠ.ㅠ
  • 구멍난위장 2010/03/22 12:38 #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 않나요?

    절대적으로는 비싸지만요....
  • dunkbear 2010/03/22 13:23 #

    네... 상대적으로는 저렴하죠... (말하니까 우울... ㅠ.ㅠ)
  • StarSeeker 2010/03/21 12:59 #

    갠적으로는 영해군항공대의 괴작전투기들이 생각나더군요... -_-'

    항모가 작은 탓에, 함상폭격기, 정찰기, 급강하폭격기, 전투기의 역할까지 죄다 통합해버리고, 끝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성능에, 가격만 비싼 괴작들이랄까요... 블랙번의 파이어브랜드, 페어리의 풀머, 바라쿠타, 파이어플라이까지...(...) 생각해보면 페어리사는 괴작 항공기 전문 제작 업체였군요... OTL

    F-35도 탁상행정에, 너무 과도한 통합으로 인해서 기술적 난이도가 올라가는 바람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 dunkbear 2010/03/21 13:38 #

    애초부터 영국 항공사들 자체가 괴작 전문업체들 아닌가 합니다.
    아브로스 불칸이나 쌍발 엔진을 위아래로 배치한 원조 라이트닝도 있구요. ㅋㅋㅋ
  • StarSeeker 2010/03/21 13:03 #

    그래도 드 헤빌랜드 모스퀴토는 경폭격기에, 전투기, 정찰기 역할까지 멋지게 해냈으니(나중에는 함재기 역할까지) 잘만 한다면, 불가능할껀 아니라고 봅니다... 선대의 괴작들만 아니면... OTL
  • dunkbear 2010/03/21 13:39 #

    모스키토나 A-20 같은 기종들은 사실 경폭격기로 나온건데 그 성능 덕분에 다른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나 봅니다. 결론은 성능이 받쳐줘야 성공한다는 것...
  • Ciel 2010/03/21 15:41 #

    링크달아갑니다
  • dunkbear 2010/03/21 16:09 #

    에구, 감사합니다... ^^
  • shaind 2010/03/21 17:07 #

    뭐, 공통성 때문에 말아먹다가 전화위복으로 잘 나간 F-111같은 경우도 있고, 철저하게 성능을 추구했지만 망하는 분위기인 F-22도 있고 하니까요...
  • dunkbear 2010/03/21 17:40 #

    말씀처럼 모든 것에 다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겠죠. ^^
  • 가릉빈가 2010/03/21 17:28 #

    제가 궁굼한건 저런 기총류는 자기 기체를 쏘게 되는 사고가 있지 않을까 하는거죠...
  • dunkbear 2010/03/21 17:41 #

    저도 궁금했던 건데... 전방 기총은 프로펠러의 회전에 따라서 맞추는 것 같더군요.
    후방 기총은 미익을 쏘지 않게 훈련하는게 아닌가 보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켈켈~~
  • 네비아찌 2010/03/21 17:41 #

    일단 F-35B 가 실패하면 해리어의 후계기가 없어지게 되고, 그럼 거액을 들여 만든 유럽 여러 나라의 경항모들이 헬기항모로 전락하게 되는 사태가 생기니 만약 F-35가 엎어진다면 먼저 신형 STOVL기부터 누군가 다시 만들어야 하겠지요?
  • dunkbear 2010/03/21 17:42 #

    하지만 어느 업체가 감히 그런 난관의 프로젝트를 맡으려 할 지..

    그러므로 결론은 F-35는 절대 엎어질 수 없다는 것.... ㅡ.ㅡb
  • initial D 2010/03/21 18:56 #

    폭격기는 물론이고 사수까지 목숨걸고 싸워야겠군요 ㅋ...

    그나저나 F-35 가 실패할 경우 엄청난 타격이오겠죠?
  • dunkbear 2010/03/21 22:18 #

    마더 러샤의 스투모빅 IL-2에 비하면야 아무 것도 아닐 겁니다.
    아예 후방 사수 중 일부를 사형수로 썼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F-35가 실패한다면 뭐... 난리나겠죠. 다행히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다만 가격이 우라질스럽게 높아질 수는 있을 겁니다. ㅋ)
  • 리터브뤼터 2010/03/21 19:59 #


    F-35가 실패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실패에 가까운 프로젝트는 되겠죠.
    이미 너무 깊숙히 일이 제멋대로 진행된 상태니, 이 상태에서 발 뺐다간 헬 게이트 오픈~~~+_+

    조만간 F-16의 후계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망상일까요?
    F-35가 실패하여 적정 전술기 숫자가 붕괴, 그를 막기 위한 저 옛날 경량전투기 프로그램처럼 다시금 현세대 신기술을 적용한 2차 경량전투기 개발...

    현재 미국이 보유한 기술에 F-35에서 확립한 소프트웨어 적용하면 다른 의미로 무시무시한 녀석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인데...아마 망상이겠죠.

  • dunkbear 2010/03/21 22:19 #

    망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F-35도 영원한 게 아닐테고 F-16을 영원히 수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 계원필경 2010/03/21 20:03 #

    사실 배틀 폭격기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데에는 프랑스,영국의 지휘부의 어이없는 결정도 한몫했죠. 다름이 아니라 루프트바페의 반격이 두려워서 제대로 된 폭격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이죠...(한편 Ju-87은 적절한 제공권 장악으로 적절히 지상군을 지원했죠...
  • dunkbear 2010/03/21 22:20 #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야간 폭격으로 전환했다더군요. 효과는 어차피 미미했지만... ㅡ.ㅡ;;;
  • 존다리안 2010/03/21 20:55 #

    BF-110과도 비슷한 경우군요.
    그나마 BF-110은 화력은 좋았죠.-야간전투기로는 나름 성공작이였던 걸로 압니다.-
  • dunkbear 2010/03/21 22:24 #

    폴란드와 프랑스 등에서는 성공했지만 기체 자체가 약하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Battle of Britain에서 호되게 깨진 이후로는 말씀대로 야간 폭격 및 전투기로서 맹활약
    했다고 나오더군요. ^^
  • 위장효과 2010/03/22 16:25 #

    야간전투기로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쌍발의 대형 기체라서 당시 수준의 레이더-성능에 비해 덩치 졸라 큰-를 탑재할 만한 기체가 없었고, 느리고 둔하긴 해도 폭격기 상대로는 물찬 제비라서 본토 방공용으로 돌리니 의외의 성능을 보였다...이런 거죠.
  • dunkbear 2010/03/22 16:51 #

    그렇죠... 하지만 결국 실패작이라는 사실은 지울 수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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