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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판 덩케르크에서 활약한 무기열전 (악희惡戱 스타일) 군사와 컴퓨터

Cicero님께서 두차례에 걸쳐서 올려주신 루마니아판 덩케르크 60,000 작전 (링크 1, 링크 2)에 출연한
여러 무기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드디어 파이널 입니다. (만세!!!) 

1-3편까지는 위키를 중심으로 그저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해서 게시물 올렸는데 이거 영 재미가 없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스타일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루마니아판 덩케르크에서 활약한 무기열전 (악희惡戱 스타일)

넵, 악희惡戱님 스타일로 한번 갈겨봅니다. (단, 망쳐도 책임 안집니다. -.-;;;)

아무튼 시작합니다. ^^/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요녀석입니다.



IL-2 Shturmovik

지상 및 대전차공격기로 슈투카의 소련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 지상공격을 위한 개념으로
개발이 시작되서 1938년 세르게이 일류신 (Sergei Ilyushin)과 그의 팀이 설계를 완성, 1939년에 시제기가
처음으로 비행하고 1941년까지 성능이 딸리는 엔진 업글과 디자인 변경을 거쳐서 1941년 5월 양산에 돌입
합니다.

2차 대전이 끝날 대까지 자그마치 36,000대 이상이 제작되서 독소전에서 독일군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23mm 기관포와 7.62mm 기관총 2대씩에 600kg의 폭장량으로 대전차폭탄이나 대지상용
로켓들을 4-8발 싣고 느리지만 저공으로 공격해오는 IL-2는 독일 육군 병사들에게 '도살자 (Schlächter)'로
불렸습니다.

또한 '나르는 전차,' '검은 사신'이라는 별명도 붙었고 독일 루프트바페의 조종사들은 IL-2를 '철의 구스타프,'
'콘크리트 폭격기'로 불렀었습니다. 독일 루프트바페의 대표적인 전투기인 메서슈미트 Bf 109도 IL-2에 자주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죠.



(1945년 베를린 상공을 비행하는 IL-2 편대)

얼마나 IL-2가 독일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냐 하면 IL-2가 폭탄이나 로켓을 다 소진했더라도 그냥 독일군
위로 위협하듯이 저공비행해달라는 소련 육군 병사들의 요구를 줄기차게 받았답니다. 그렇게 독일군 머리
위로 지나가기만 해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나요.... 허허... ^^;;;

이렇듯 소련 육군 병사들에게는 '날으는 보병'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그들의 사기에 큰 보탬이 되는
공격기였던 겁니다.  

반면에 핀란드 조종사들은 '농업기계' 또는 '농약 살포기' 라고 불렀는데 IL-2가 저고도에서 공격하는 패턴
에서 유래한다고 하네요. 독일군보다는 덜 혼났던건지도... ㅡ.ㅡ;;;

아무튼 많이 사랑받고 제조된 군용기라서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습니다.


첫번째 사연 : 죽을래?

IL-2는 항공기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기종 중 하나였습니다. 민간 항공기인 세스나 172 (43,000대 이상)
와 훈련기 및 농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복엽기 폴리카르코프 (Polikarpov) Po-2 (40,000대 이상)에 이어
세번째로 가장 많이 생산된 기종이 바로 IL-2 였습니다. 순수한 군용으로서의 생산량은 단연 1위죠.



(세스나 172 (왼쪽)와 Po-2 (오른쪽))


하지만 1941년 6월 22일 독일 나치가 드디어 소련을 침공했을 때는 고작 249대의 IL-2 밖에 없었고 그 뒤
에도 모스코바를 비롯한 소련 서부에 있던 군수공장들이 동부로 이동하느라 제대로 IL-2를 보급할 수
없었습니다.

공장을 옮긴 뒤에도 일류신과 그의 팀은 생산방법을 다시 연구하느라 2개월의 시간을 허비했고 다시 생산
에 들어갔지만 생산속도는 위대하신 스탈린 동지의 마음에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스탈린 동지께서 친히(!) IL-2를 생산하는 공장의 공장장에게 전보를 썼는데,

'너는 조국과 붉은 군대를 실망시켰다. 너는 지금까지 IL-2를 생산하지 않는 오기를 부렸다. 우리의 붉은
군대는 IL-2를 먹는 빵과 숨쉬는 공기처럼 필요로 하고 있다...(중략) 두번 다시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더 많은 IL-2를 생산하라. 이건 나의 마지막 경고다. - 스탈린'


이걸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자면 :

'너 빨리 만들래, 아니면 죽을래?'

뭐, 그런거죠.

이전에 IL-4 게시물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디자인 하나 늦게 내놓는다고 설계자를 강제노동수용소로
처넣는 소련에서 저런 전보는 오히려 자비로운게 아니었을지?

아무튼 그 전보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그 뒤로 IL-2의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었으니....




스탈린 동지 만세!!! 데카르챠!!!!!



2) 하지만...

스탈린의 자비로운 '전보'에 힘입어 생산에 급피치가 오른 IL-2 였지만 이건 특별히 공장에서 농땡이를
부리다가 정신차린게 아니라 애초부터 스탈린이 불가능을 요구했던 것이죠. 근데도 IL-2 공장기술자들은
기적(!)을 만들었던 겁니다.

근데 그 비결이 바로 '대충 만드는 것'이었던게 조금 아쉬웠지만요. ㅋ

그럼 도대체 얼마나 엉망이었느냐?

IL-4 폭격기나 Pe-2 급강하 폭격기의 경우처럼 독일군은 IL-2 공격기도 온전한 상태로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기체를 보려고 한걸음에 달려간 독일 루프트바페 장교들이 IL-2 기체를 살펴봤는데, 그들의 반응은....






네... 이랬습니다. ㅡ.ㅡ;;;

얼마나 엉망이고 오죽 못만들었으면 독일 루프트바페는 물론 핀란드, 헝가리 공군조차 이 기체를 IL-4나
Pe-2처럼 자국 공군에 편입해서 재활용하지 않고 사격훈련용 표적이나 전시-퍼레이드 용으로 썼겠습니까....

훈련기로조차도 쓸 수 없었다고 하니 말 다했죠. 뭐...

근데 이런 군용기를 가지고 전쟁에서 이긴 소련은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함... ㅡ.ㅡb



3) 차라리 그때 전사했더라면...

 Pe-2 급강하 폭격기의 경우처럼 IL-2도 다수의 여성 파일럿들이 활약했는데
그 중 안나 예고로바 (Anna Yegorova) 대위 (사진)는 270회 이상의 출격으로
3번이나 훈장을 받은 베테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 1944년 바르샤바 인근에서 대공 포화의 공격을 받고 추락
해서 사망합니다.

소련군의 '주장'에 의하면 말이죠. ㅡ.ㅡ;;;

정부는 '소비에트 연방의 영웅'이라는 명예까지 그녀에게 사후 부여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녀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죠...

예고로바 대위는 화상 및 골절상을 입은 상태로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에서 치료받고 있었습니다. 다음해인
1945년 그녀가 수용되어있던 수용소가 소련군에게 해방되면서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지만...

곧바로 소련의 비밀경찰인 NKVD에 체포됩니다. ㅡ.ㅡ;;;







근데... 이게 스탈린 치하에서는 당연한 철차였습니다.

당시 소련에서는 포로가 된 그 자체만으로 국가를 배신했다는 죄가 성립되서 사형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예고로바 대위는 11일 동안 취조 당한 끝에 다른 포로들의 증언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아서 풀려나지만 1965년
'소련의 영웅' 메달을 정식으로 수여 받을 때까지 손가락질과 감시를 받아야 했다고 하네요.

이정도 되면 그녀는 '차라리 그 때 전사했으면 좋았을지 몰라...'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ㅡ.ㅡ;;;

(추가 : 안나 예고로바씨는 2009년 10월 29일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운 좋게 땡잡은(?) 조종사

또다른 '소련의 영웅' 명예를 얻은 파일럿 쿠츠네초프 (T. Kuznetsov)는 1942년 IL-2를 타고 정찰 임무를 수행
하던 중 공격을 받고 추락하고 맙니다. 박살난 IL-2를 남기고는 근처 수풀에 수용소행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물론 포로되면 나중에 누구처럼 비밀경찰에 끌려가겠구나 하고 투덜거리면서 말이죠...

근데 갑자기 추락한 인근에 메서슈미트 Bf 109 전투기가 착륙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라?  이 색히가 날 봤나? 혹시 수용소까지 전투기 타고 편하게 가나?' 하고 있는데...

Bf 109에서 내린 조종사가 추락한 IL-2의 잔해에 다가가서 뭘 열심히 뒤지기 시작합니다...

'이 색히야, 내가 뭘 가진게 있다고... 매달 상병월급 8만원에 비누 값 1300원 받는 처지인데.'

뭐 건질게 있나 하고 게걸스럽게 잔해를 뒤지는 루프트바페 조종사를 보면서 끌끌거리던 우리의 쿠츠네초프
파일럿은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릅니다...




(메서슈미트 Bf 109)


잠시 후... IL-2의 잔해를 열심히 뒤지던 루프트바페 조종사는 자신의 Bf 109가 갑자기 지상에서 이륙해서
동쪽으로 날아가는 걸 벙찐 상태로 목격하게 됩니다.... ㅡ.ㅡ;;;

쿠츠네초프는 루프트바페 조종사가 한눈 파는 사이에 메서슈미트 Bf 109에 몰래 올라서 시동걸고 사이드
브레이크 내리고 페달 밟은 것이죠. 이렇게 해서 쿠츠네초프는 IL-2보다 훨씬 더 멋지고 정교한 메서슈미트
전투기를 몰아보는 행운과 함께 다행히도 비밀경찰에 끌려가지도 않고(?) 공도 세웠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 : 쓰레기는 함부로 뒤지지 맙시다.


그 외에도 여러 일화가 있는데 이 정도로 마칩니다. ^^

쓰다보니 그렇게 잘 쓴 것 같지는 않지만 Cicero님의 글을 읽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했네요.

지리한 시리즈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정보 및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링크)




(불가리아 크루모보 Krumovo의 
National Aviation Museum에 전시된 IL-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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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도르 2009/03/02 13:57 #

    재밌는 글입니다. 포로가 된 걸 구박하기는 일본이나 소련군이나 비슷했군요.
    왠지.. 독일군 비행기는 소련처럼 대충 만들어서는 못 날았을 거 같네요 ㅋㅋ
  • dunkbear 2009/03/02 14:19 #

    독일이었다면 비행도 못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ㅋ
  • 계원필경&Zalmi 2009/03/02 14:33 #

    이런 소비에트의 근성으로 탄생한 게임이 'IL-2'라는(응??? -> 이랄까 나중에 노스 코리아에서는 IL-10이라는 후계기종을 지원 받아 날려보냈습죠...)
  • dunkbear 2009/03/02 16:14 #

    오오... 그 게임 알고 계셨군요. ㅎㅎㅎ
  • 홍차도둑 2009/03/02 18:54 #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는 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소련 축구대표팀은 우승후보 1순위였지요.
    더구나 인기 스포츠 종목인지라 당에서는 당연히 좋은 성적(당근 금메달)을 기대했다 합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동독에게 져서 동메달을 차지하자...

    해댱 대표선수들은 시베리아의 축구팀으로 전원 옮겨졌다는...
    (농담 아니라 실화입니다...-ㅅ-)
  • dunkbear 2009/03/02 19:38 #

    근데 그 올림픽에는 서방국가들이 대거 불참했으니....
    동메달에 그친 것 때문에 시베리아로 쫓겨난게 이해가 되기도. ㅋㅋㅋ
  • 프랑켄 2009/03/03 09:33 #

    아 그래서 위 비행기가 '날으는 관'이란 별명을 얻었군요. ㅎㅎ 이제까진 뒤에 기총이 없어 독일기의 후방사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알았는데..
  • 뽀도르 2009/03/03 10:38 #

    후방 기총이 없는 형도 있고, 후방 사수가 탑승한 형도 있더군요. IL-2 시뮬 플레이하다보니 나오더군요.
  • dunkbear 2009/03/03 11:17 #

    뽀도르님 말씀대로입니다. 후방 기총에 대한 사연이 좀 길고 복잡해서 일부러 뺐습니다.
    아무리 기동성이 좋았어도 전투기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전투기가 뒤로 돌아와서
    퍼붓는 후방공격에 취약한 것이 IL-2였거든요.

    그래서 나중에는 후방 기총과 사수가 추가되게 됩니다. 문제는 IL-2 자체의 방어력에
    비해서 후방 사수에 대한 보호책이 매우 미흡했다는 것이죠. 사망율이 조종사에 비해
    후방 사수가 4배는 더 높았다고 합니다.

    특히 몇몇 편대에서는 수감자들을 후방사수로 동원해서 희생시킨 예도 있다고 합니다.
    루머로는 IL-2 편대 대부분이 그러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위에 언급한 여성 조종사인 Anna Yegorova가 추락할 때도 후방 사수가 같이 타고
    있었는데 사망하고 말았었죠.
  • ghistory 2009/12/19 12:19 #

    나르는→날으는.

    Polikarpov: 폴리카르포프.

    모스코바→모스크바.

    Krumovo: 크루모보.
  • dunkbear 2009/12/19 19:21 #

    나르는... 이게 무슨 망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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