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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와는 약간 별개의 문제지만... 생각과 잡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초록불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합니다. 같은 주제로 두번째네요... ^^;;;

사형제도와 직접 연관된 얘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형제도의 존치 혹은 폐지의
문제는 해당 국가의 사법제도가 얼마나 공정한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자국의 사법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견해와도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록불님의 이전 글에서도 나왔고 푸치코님께서 덧글로도 인용하신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누명을 쓴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라는 금언처럼 사법제도의 불완전성은 사형제도
자체를 논의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고 봅니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지만
사실 이건 사형제도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죠.

초록불님의 이전 글에서 언급된 것처럼 억울한 사람은 사형당한 것만 아니라 옥살이를 비롯
해서 다른 형벌을 받은 경우까지 포함해야 하니까요. 이건 사형제도의 불합리가 아닌 사법
제도의 그것으로 봐야 더 옮다고 봅니다.

결국 사법제도의 모순이나 불합리를 거론하지 않고 혹은 해결하지 않고 사형제도의 존치나
폐지를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독재정권의 횡포가 만연했던 탓에
사법제도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국가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된다고 봅니다.

조봉암이 연루되어 사형을 받은 진보당 사건부터 인혁당 재판과 같은 사법살인까지 국가는
사법제도를 악용해서 많은 사람들을 억울하게 몰아세워 사형대로 보내거나 감옥에 보냈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 과거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은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그 입장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저도 그렇구요.

사형제도가 유지되건 폐지되건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법제도는 반드시 계속 개선되어야 하고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사법제도 내의 그 어떤 형벌이나 재판도 국민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추가로 재판제도나 경찰제 같은 형식적인 사법제도 외에도 범죄예방이나 강간이나 성추행
같이 편견이 뿌리 깊은 범죄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 대구지하철 방화범의 경우처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등도 국민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믿음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라고 봅니다.

결국 사형제도의 존치나 폐지는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 대한 고찰 없이는
논의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초록불님이 지적하신 피해자의 인권, 더 나아가서는
그 유가족의 인권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과 분노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올바른
수사로 용의자를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고 역시 공정하고 분명한 재판과 판결로 형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써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심리적으로 조금이나마 끝맻음의 의미를
줄 수 있죠.

하지만 이 과정이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게 전개된다면 그 어떤 결과도 좋을 수 없습니다. 범인이
아닌 것 같은데 형벌을 받으면 유가족들은 끝없이 의심과 불안 속에 살아야하고 범인이 분명한
것 같은데도 풀려난다면 유가족들의 고통과 분노는 끝이 없겠죠.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법은
오직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형제도도 공정한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량부과가 전제되어야 그 존치나 폐지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형제도 자체가 아닌 간접적으로 연관된
요소들과 문제들로 인해 계속 평행선을 달리거나 빙빙 도는 논의만 이어질 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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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比良坂初音 2008/03/25 15:01 # 답글

    형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형을 내리게 되는 판단근거와 검증은
    더더욱 복잡하고 자세하며 길다는 사실을 폐지론자들은 잘 모르는듯 하더군요
  • dunkbear 2008/03/25 23:31 # 답글

    比良坂初音님 // 네, 사형선고도 함부로 내리는 것은 결코 아닌데 말이죠. 폐지론자들도
    그렇지만 일반인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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