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위원장 "영어교육, 경제회생 위해 꼭 필요" (링크)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게 소위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죠.
2010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과목은 영어로 수업하게 되고 농어촌 지역 고교에서는 도농간 영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아예 영어 이외의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 교육'을 연내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건 밑도 끝도 없는 난감한 정책이라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위의 기사에 인용된 이경숙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해보죠.
1) "영어교육은 단순히 교육이 아니라 경제회생과 미래의 청사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 그런가요? 일단 경제회생의 측면부터 보죠.
외국어 한다고 외국인과 회의할 때 남발하지 마세요. (링크)
南無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셨고 이오공감에도 오른 비지니스 회의시 양측의 언어가 다를 때 통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석한 글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南無님의 지적처럼 비지니스 회의에서 오가는 대화는 매우 전문적이면서도 서로의 의사소통에 오해가 없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쓰는 모국어로도 표현의 실수 등으로 서로간에 오해가 발생 가능한데 외국어를 쓸 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인력이 바로 실력 좋은 통역이죠. 회의시 양측에서 서로의 통역을 데리고 와야 통역은 상대편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회의참석자들은 회의의 내용과 교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南無님이나 위 링크한 게시물에 덧글을 올리신 분들에 의하면 위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통역이 1명 뿐이거나 회의 참석자들 중 양쪽에서 각각 한명이 통역하거나 최악으로는 한쪽에서 회의참석자 한분만이 통역을 맡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일까요?
먼저 이런 때 필요한 통역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통역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면 수억-수십억의 딜이 오가는 중요한 비지니스 회의에 통역을 들이지 않을 리가 없죠.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서반아어, 아랍어 통역들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경제회생이 절대적인 명제라면 공교육의 영어 수업 강화 이전에 통역과 번역 전문가들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번역 얘기는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기업이 실력있는 통역도 마음대로 원하는 때에 고용하지 못하고 영어 실력 불안하고 회의와 교섭에 집중해야 할 내부인력을 통역으로 앉힌다면 그만큼 손해 아닐까요?
진정으로 기업을 위한다면 실력있는 통역부터 양성하는 시스템부터 갖추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10-20년 생각하면서 나같은 일반인도 아는 것을 왜 모르는지 이해 못하겠어요.
참고로 번역도 마찬가지 입니다. 간단한 예로 기계나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수출과 대외홍보를 위해 자신들의 영어 사이트를 만들고 제품 스펙은 물론 pdf 등의 형식으로 제품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엔지니어나 전문가용으로) 매뉴얼이나 기술지원서를 만들려면 번역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절대적입니다. 회사 내부의 기술자나 전문가가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어디서 읽은 내용이지만 번역가들 중에는 제대로 번역하려고 자신이 생소한 분야인데도 몇날 며칠 밤을 새면서 번역 이전에 전문지식을 익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번역가들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니 문제라는 것이죠. 가장 대중적인 소설이나 신문기사조차도 오역이 남발되는 상황인데 하물며 전문분야는 말할 것도 없죠.
이런 실정인데도 번역은 아직도 독립된 (문학의) 분야로 취급되기는 커녕 기술자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초벌번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번역가들조차 그들의 노동에 비해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아실 분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러면서도 오역이나 잘못된 부분이 나오면 그것도 못고쳤냐고 난리치죠. 그만한 댓가도 주지 않고 말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있어요. 돈은 쥐꼬리만하게 주면서 결과는 코끼리 수준을 요구하죠.
경제회생이 그렇게 중요하면 통역과 번역가들도 산업전사로 인정해주고 대우 개선하고 양성에 힘쓰세요, 위원장님.
엄한 학생들 데려다놓고 영어에 미치게 하지 말고...
2) "10년, 20년 노력한 것을 정리한 것인데 단기간에 준비한 것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
"경험이 충분한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했고, 여기에 따라 공교육 정상화 방침을 마련했다."
-> 10년, 20년 동안 노력하셨다면서 이해가 정말로 안되는 것은 미국 대학까지 다니고 숙명여대 총장시절 학교를 새롭게 발전시킨 공로가 있는 분이 이런 황당한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겁니다.
12년 현행 공교육 영어와 몇년 다니는 전문 학원보다 현지가서 현지인들과 부딪쳐가면서 몸으로 익히는 6개월이 영어를 익히는데 훨씬 더 이득이라는 것은 영어 연수 몇개월 다닌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습니다. 모른다면 미국에서 엉뚱한 짓이나 하고 돌아다녔다는 것이죠.
실전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어요. 십수년 전 잠시 미국에 있을 때 대학원 선배들의 상당수들이 가족을 같이 데려왔었습니다. 선배들이 자평하기를 가족들 중에서 가장 빨리 영어를 터득하는 사람이 바로 선배 유학생들의 자녀들이고 그 다음이 선배 본인들 그리고 부인들이 가장 늦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녀들은 하루 7-8시간 동안 영어 외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학교에서 생활 해야하지만 부인들은 장보거나 볼일 보는 외에는 대부분 집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으니까요. 사실 장보는 것 정도는 영어 몰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슈퍼가서 가격표 모두 표시되어 있는 물건들 골라서 계산대 가면 점원이 뭐라고 씨불렁거려도 계산기 디스플레이에 지불해야 할 금액들이 다 표시되죠. 현금이라면 그냥 내면 되고 크레딧카드라면 앞의 기계에 긋고 사인하면 땡입니다.
위의 제 경험을 보고 영어수업은 물론 다른 과목 수업도 영어로 하는 정책이 맞는 것 아니냐 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전교생과 선생들 거의 다가 현지에서 태어나서 하루종일 수업은 물론 평상시까지 영어를 구사하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과 전교생과 선생들 대부분이 현지인 수준은 커녕 단순 회화와 작문도 어렵고 수업에만 영어쓰지 (그것도 잘 지켜질 경우죠.) 다른 때는 한국어 쓰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올 리가 없잖습니까?
미국 초등-중등학교에서 애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잘 익히는 것입니다. 그 애들이 학교에서 영어 못해보세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국은 왕따 없는줄 아십니까? 애들은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적응하고 배워야 합니다.
현지에서 급박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리 현지의 언어를 못해도 손짓발짓 등 모든거 다해가면서 현지인과 대화를 성사시켜서 일을 해결하는 것도 위와 같은 맥락입니다. 실전에서 실수하더라도 부딪치면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우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없어요. 학교에서 모두 다 서로가 영어 잼병인거 알면서 영어만으로 수업하는 게 통할 것 같습니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외국어학교였는데 현지인 회화 선생 불러다 놓고 회화실들이 있는 건물은 영어만 쓰게 교칙을 정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잘 지켜졌을 것 같습니까? 대답은 읽어보신 이글루스 회원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 정책은 경험은 커녕 영어를 배우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도 없는 사람들의 삽질일 뿐입니다.
3) "초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는 방안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고 학부모들도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입각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해와 불안에서 비롯됐다."
-> 당연히 부정적이고 불안하죠. 자신의 자녀들이 영어 시간은 물론 영어로 하는 다른 과목들까지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더욱 영어 사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로 인수위 위원들 중 아무도 해보지 않았는지? 지금조차도 조기교육 열풍으로 아기들 걷기도 전에 영어부터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제 학교수업에서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 그 열풍이 사그러들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학부모들이 제정신이라면 벌써부터 자녀들의 늘어나게 될 사교육비 걱정부터 할 겁니다. 자녀가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수업을 못따라가는데 가만히 앉아서 구경할 부모가 몇이나 되겠어요? 학교에서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뒤쳐지는 애들을 따로 수업시켜서 쫓아오게 한답시고 우열반이라도 만들건가요? 천진난만하게 자라게 해도 모자를 아이들을 초등학교부터 자본주의적 경쟁 시스템으로 몰아내는 것 아닙니까?
차라리 영어를 잘하는 인재들을 갖추려 한다면 현재 대입학원으로 전락한 외국어학교들을 외국어 관련 인재 양성의 장으로 개편해서 외국어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인재들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대학원까지 학력을 거치게 해서 뛰어난 외국어 분야 전문가로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코드와 맞는 엘리트 위주의 경쟁 시스템에 훨씬 더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하면 앞에서 얘기했던 통역과 번역 전문가 등의 양성에도 한몫하고 모든 학생들을 다 영어교육에 끌어다 놓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고통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4) "앞으로 교사수급이나 수준별 맞춤형 교육, 교수법, 시설보완 등을 함께 의논해 나가야 한다"
-> 소수 위주의 엘리트 영어 교육으로 영어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위와 같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소수 위주로 양성하는 시스템의 교사 수급과 시설보완이 더 쉽겠습니까 아니면 모든 학교에다 하는 것이 더 쉽겠습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시스템들을 약간 비틀고 보완하면 얼마든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영어교육을 구현하고 영어 전문가들을 양성할 수 있는데 왜 이러는지 이해 못하겠네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교육평준화에 그렇게도 반대하고 난리를 치던 한나라당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정책이 왜 영어평준화로 가는지 이해 정말 못하겠습니다.
앞으로 학교 다니게 될 학생들... 정말 불쌍해집니다.





덧글
오토군 2008/01/27 17:54 # 답글
"고등 수학이나 불러같은것을 사회에 나가서 막상 쓰는 자는 소수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교육하는 것은 비효율이다." 라는 히틀러씨(!)의 말이 이때는 참 맞아요...(하긴, 히총통도 성적은 개판이었지요.-_-)
청수정 2008/01/27 18:48 # 답글
뇌에 똥만들어서 그럽니다. 쩝-_-
피해망상 2008/01/28 14:01 # 답글
인수위 좀 짱인듯